오랜만에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 한 P대표와 K대표는 먹거리에 대한 토론의 장을 펼쳤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통풍에 시달리던 P대표는 평소 음식에 대해 꼼꼼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K대표의 먹거리 잔소리가 예전처럼 싫지 않았다. 음식을 잘 먹어야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K대표의 주장은 과연 맞는 말일까?

잘 먹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산해진미를 골라먹는 것도 좋지만 산과 들과 바다가 오염된 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작물도 품종이 개량되어 겉으로 보기에는 먹음직스럽고 상품성이 좋아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영양소는 별로 없고 칼로리만 높아졌다. 가령 옛날의 사과 한 개에 들어 있던 영양소만큼 먹으려면 요즘 사과로는 50개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당분이나 몇몇 영양소는 요즘 사과에 훨씬 많이 들어 있지만 정말 중요한 펙틴 같은 성분은 턱 없이 부족하다. 작물도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하여 험하게 키우다 보니 험하게 되었고 비료 등으로 키우다 보니 웃자라서 외형에 비해 내부가 부실해졌다.

문명의 흥망성쇠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외부 세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탄탄하던 문명도 약 300년이 지나면 쇠퇴기를 거쳐 스스로 약해지면서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이런 원인을 먹거리의 정크화에서 찾기도 한다. 예전에는 교통수단이 좋지 않아서 사방 70킬로미터 이내에서 생산되는 것을 주로 먹고 살았다. 약 300년 이상 같은 땅에서 경작을 하다 보면 땅의 기운인 지력이 고갈되고 이런 곳에서 생산되는 작물은 미네랄 등이 부족하여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먹거리의 부실화로 나타나는 변화는 예민한 뇌기능의 변화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강력했던 문명도 참을성과 아량이 줄어들어 서로 헐뜯고 다투게 되는 내부 원인으로 인해 스스로 멸망했다.

이런 변화는 후성유전적 변이와 관련이 많다. 유전자는 바뀌지 않았지만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물질의 변화로 특정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거나 적게 만들어지면서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것을 후성유전이라 한다. 연구에 의하면 후성유전적 변이가 생기지 않은 부분이 약 7퍼센트 이상 남아 있으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증상이 생길 정도가 아닌 후성유전적 변이라도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면서 변이가 누적되면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자폐증이나 기형아의 출산이 증가하거나 각종 암, 치매, 성조숙증, 조기폐경, 정자수의 감소, 불임, 아토피, 천식, 알러지 비염, 류마토이드 관절염, 통풍, 골다공증, 비만,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늘 수도 있다. 그로 인한 혈관성 치매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후성유전적 변이는 나이가 들거나 스트레스, 오염, 먹거리의 변화로 생기지만 가소성이 있어 바른 먹거리를 장복하면 변이가 회복되기도 한다. 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오염된 환경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바른 먹거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천에 널린 것이 상품성 좋은 화학농법으로 생산된 것들이다. 여기에다 유통 기간을 늘리려고 가공한 식품들도 간편하다는 이유로 많이 접하게 된다.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자란 자연산이 좋지만 자연농법으로 생산된 먹거리라도 챙기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는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토마토, 블루베리, 강황, 다크 초콜릿, 늙은 호박, 가지, 당근, 앵두)과 오메가 - 3가 풍부한 음식, 등푸른생선(자연산 연어, 고등어, 꽁치, 청어), 견과류(호두, 잣), 푸른잎 채소(시금치, 브로콜리, 녹차, 연잎차), 계란노른자(방사 유정란), 대두 등이 있다.

한약재 중에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마, 천마, 인삼, 황기, 계피, 당귀, 천궁, 백작약, 지황, 오디, 하수오, 구기자, 결명자, 오미자, 죽엽, 치자, 백과, 민들레, 굴, 석창포, 팥, 대두 등이 있다. 또 차 종류로는 녹차, 솔잎차, 죽엽차, 연꽃차, 국화차, 당귀차, 천궁차, 쌍화탕, 천마차, 초석잠차, 노루궁뎅이버섯차 등이 있다. 둥글레, 감잎차, 생강차 역시 뇌신경 세포의 증식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기간의 노력으로 치료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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