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자궁은 그저 아기를 낳을 때만 필요한 장기라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자궁을 적출했을 때 과연 부작용이 없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요새는 늘어났다.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자궁과 유방은 여성에게 정서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기임에 틀림없다.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어머니가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어렸기 때문에 상황이 어떤지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어머니가 수술 날짜를 잡고 난 뒤 아버지가 근심하시던 기억이 난다. 2주 동안 이모와 외사촌누나가 번갈아가면서 우리 집에 와서 밥해 주고 빨래해 주던 기억도 어제같이 생생하다. 어머니의 자궁 적출수술은 온 가족과 친척이 동원된 큰일이었다. 어머니가 병실에서 피 묻은 기저귀 같은 걸 갈고 며칠씩 아파서 누워 계셨던 기억도 난다. 2주 후에는 거동이 가능하셨지만 수술 후 부작용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쉽게 피로하고 얼굴에 잔주름이 생기고 왠지 잔병치레도 더 하는 것 같다는 말씀하시곤 했다.

기어이 얼마 후에는 폐렴이 와서 호되게 고생하셨던 기억도 난다. 예전에는 맹장(충수)을 진화적으로 퇴화한 필요 없는 장기라고 여겨서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낳을 때 겸사겸사 잘라주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라도 염증이 생기면 개복수술을 받아야 할 위험이 있으니까 제왕절개를 한 김에 처치해 준다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맹장에도 면역세포가 많이 몰려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런 처치들이 모두 없어졌다.

이처럼 자궁이라는 장기도 수정란이 착상하는 곳으로, 아기가 엄마 몸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자라고 보호되는 곳으로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다른 기능이 있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알 수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자궁 적출수술 후 환자들이 부작용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몸에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몸이 냉해지거나 우울감이 온다거나 성욕 감퇴가 온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나중에 의사가 되고 나서 자궁 적출을 위해 개복수술을 한 후 장 유착이 심하게 생겨서 장이 막히는 바람에 다시 개복수술을 해서 풀어주는 사례도 봤다.

자궁 적출을 할 때는 양쪽 자궁동맥을 묶고 자르는데, 이러면 자궁동맥의 혈류가 완전히 없어진다. 그런데 골반 내 동맥들은 다들 서로 이어져 있으며, 자궁동맥이 꼭 자궁으로만 혈관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난소로도 혈관을 공급해 주는데 자궁적출로 인해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 폐경이 일찍 오거나 에스트로겐을 만드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궁 적출수술 전후로 에스트로겐 수치를 재봤을 때 수치가 떨어져 있다면 난소 기능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젊은 여성들은 “나 살쪘어” 하다가 “나 똥배야” 하다가 “그런데 왜 딱딱하지” 하면서 검사를 통해 근종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자궁 적출이 부담스러운 자궁근종 환자는 비수술적 치료인 하이푸를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나 거대근종이거나 혈류가 많거나 자궁에 물이 많은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하이푸 시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나의 경우에는 자궁동맥 색전술을 병행해서 하이푸 시술을 하기 때문에 거대근종을 자궁 적출 없이 치료한 사례가 꽤 있다.

어쨌든 자궁과 유방의 장기 적출은 여성 환자에게는 이후 정서적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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