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또 적절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뇌에 활력을 준다고 한다. 어떤 주장이 맞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둘 다 맞는 말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만 스트레스가 독이 되는 경우는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과도한’ 스트레스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누군가에게는 활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S대표는 몇 달 전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아내를 잃었다. 누구보다 헌신적이었고, 살뜰하게 S대표를 챙겨주던 아내를 하루아침에 떠나보내려니 상실감이 너무 컸다.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는 두 아들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힘을 내보려 했지만 좀처럼 기운이 나지 않았다. 맥이 빠지고 머리가 텅 빈 것 같으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관련 업계의 경기 악화로 회사마저 위기에 처했다. 이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발버둥 쳤겠지만 감당하기에 벅찬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회사마저 부도가 나고 말았다. 충격에 빠진 S대표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버텨보았지만 점차 기력이 쇠해지고 우울감이 극에 달했다. 병원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S대표처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머리가 나빠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물질이 많이 분비되고 인슐린저항성이 증가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뇌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S대표가 겪고 있는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 사고력 저하, 일 처리 능력의 저하는 물론 불면과 우울증도 뇌기능이 떨어져서 오는 증상이다.

뇌기능이 저하된 것이나 뇌세포가 스트레스로 약해진 것은 검사를 해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괜찮다고 해서 뇌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뇌기능 저하가 오래 지속되면 뇌가 많이 손상되고 유능했던 사람이 무능해지기도 한다. 상황이 빨리 정리되면 완전하게 회복할 수도 있지만 이전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뇌세포는 세월이 지나면서, 즉 나이가 들면서 스트레스를 겪지 않은 세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나빠질 수 있다.

비유하자면 지진이 지나간 곳에 균열이 생기고 지반이 약해지듯 머리의 외상과 마찬가지로 심한 스트레스도 뇌세포를 약하게 만든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년에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여성들은 노년이 되면서 치매 발생률이 65퍼센트 증가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한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받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아도 머리가 상당히 나빠져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우울증도 가볍고 짧게 지나가면 아픈 뒤 몸이 상쾌해지는 것처럼 오히려 기분이 좋아질 수 있으므로 약간의 우울감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우자를 잃는 등 상실감으로 인한 장기간의 심한 우울증은 오래 방치하면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영양 부족으로 혈류가 느려지고 뇌세포의 부종을 일으켜 뇌세포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피의 흐름이 느려지면 혈전이나 찌꺼기가 많이 엉기고 그로 인해 치매가 생길 수 있다.

S대표는 지금 겪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흘러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게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것과 달리 뇌는 많이 약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부서져서 사라져버린 뇌세포도 문제지만 남아 있는 뇌세포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약해져 있으므로 장차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회복하지 않으면 뇌세포가 빨리 부서지면서 뇌의 예비능이 적어지고 뇌가 나빠지는 증상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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