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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푸 전문 외과의사 서울 하이케어 김태희 원장의 치료 이야기- "질병이 오기 전에 내 몸을 알아야 한다”
서재호 기자  |  mbtimk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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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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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90%는 몸에 혹을 달고 산다. 인간의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정상 세포는 태어났다 죽어가는 과정을 거듭하는 유한한 수명을 가진다. 그런데 죽지는 않고 증식만 계속하는 세포가 생겨나 그 자리에 집적되어 혹 같이 생긴 세포 덩어리가 되면 그것을 우리는 ‘종양’이라고 부른다. 세포 증식이 일정선에서 한계에 머물고 그 경계선 이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 양성 종양이다. 그러나 그 경계선을 넘어 계속 커지면 악성 종양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이 암이다.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비슷한 점이 있어서 일반인은 거의 구별할 수가 없다. 최종 판정은 종양의 일부를 떼어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한 후 판단한다. 이것을 생체검사 (Biopsy) 라고 하는데, 약칭으로 ‘생검’이라고도 한다. 의사가 “조직검사를 해봅시다”고 말하면 바로 생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포 증식이란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정상적인 생리 과정이다. 세포가 살아 있는 한 세포 증식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착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다. 세포가 어느 한도 이상으로 증식하면 세포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도록 세포자살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는 일은 없다. 이렇게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겼을 때 생기는 질병이 암이다. 정상 세포에 이상이 생겨 무한 증식 능력을 갖게 되어 불사(不死) 의 상태가 되는 것이 암 세포이며, 암세포가 10억 개 이상 덩어리를 이루었을 때 (1cm 정도의 크기) 우리가 ‘암’이라고 부르는 것을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양성 종양이냐, 악성 종양이냐

종양은 영어로는 튜머 (tumor), 그로스 (growth) 등으로 부른다. 엄밀하게 구별해서 쓰는 말은 아니지만 종양이 좀 작을 때는 ‘결절 (nodule) ’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몇mm까지는 결절, 몇mm부터는 종양이라는 원칙 같은 건 없지만 대체로 작은 것을 결절이라고 부른다. 유방이나 갑상선 쪽에는 작은 양성 종양이 워낙 많아서 결절이라는 말을 특히 많이 들을 수 있다.

사실 우리 몸에서 혹이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생기며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피부의 검은 점도 따지고 보면 양성 종양인 혹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종’이라고 해서 지방층이 생긴 혹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 데이터에서 보면 여성이 평생 유방에 혹이 있다고 진단받을 확률이 90%라고 하고, 갑상선의 혹만 해도 열심히 초음파로 찾으면 60%까지 나온다고 한다. 혹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덩어리가 너무 커질 때는 여러 가지 불편한 증세와 합병증을 만 들 수 있기 때문에 수술 또는 시술로 없애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히 암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추적관찰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희귀질환인 데스모이드 종양

좀 생소한 종양으로 100만 명 중에 2.3 ~ 4.2명 꼴로 발병하는 ‘데스모이드 (Desmoid tumor) ’라는 희귀질환이 있다. 근막이나 근육에 잘 생기는데 복강 내 (장간막, 골반 내, 내장 벽)에도 생기고 팔다리, 어깨에도 생길 수 있다. 데스모이드가 특이한 것은 주변을 향해 공격적이 고침습적으로 자라난다는 암의 특징이 있는데, 조직검사 분류상 악성 종양, 즉 암은 아니다. 무엇보다 원격 전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종양은 치료하기가 꽤 까다롭다. 수술을 해서 제거해도 그 자리 또는 그 주변에서 재발을 잘 한다. 현대의학이 데스모이드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부분 가족력과 상관없이 발병하고 복벽에 대한 수술이나 외상, 경구피임제 등이 발병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직 손상이 아마도 발병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데스모이드 종양을 절제할 때 주변 정상조직을 많이 포함시켜서 잘라내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로 알려져 있는데, 재발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암을 치료하듯이 수술 이외에 항암과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세포독성화학치료 등을 같이 하기도 한다. 복강 내에 생긴 경우에는 혈관이라든지 장으로 침범해서 결국에는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환자들도 있다. 때로는 결국 팔다리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빈번한 재발로 인해 계속 자르다 보니 그렇다.

데스모이드는 처음부터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수술할 때 크게 절개하고 완벽하게 다 괴사시키면 재발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시도가 오히려 환자를 위험해지게 할 가능성이 있어서 근치적 목적의 치료는 하지 못하고, 진통제 등의 약물을 쓰면서 성장을 더디게 하는 전략으로 경과만 보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여성 환자가 좌측 쇄골 바로 밑에 약 2.6×8cm 크기의 데스모이드 종양이 있어서 내원한 경우가 있었다. 가볍게 닿기만 해도 아프고 팔을 움직일 때 심한 통증을 일으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두 군데 대학병원에서 이미 세 차례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지만, 이전에 수술한 절개선, 관을 삽입한 자리를 따라 재발을 반복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터였다.

최근에 데스모이드 종양의 치료에서는 하이푸가 이슈가 되고 있다. 절개하고 꿰매는게 아니다 보니 완벽하게 없앨 생각을 하기 보다는 커지면 줄어들게 하는 것으로 컨트롤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으로 하이푸 시술이 시도되고 있다. 종양을 성나게 하지 않고 무리할 것 없이 관리를 잘하는 쪽으로 치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암은 당뇨 ,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다

세포는 본디 어느 것이나 암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매일 3천 ~ 5천 개의 세포가 온몸 곳곳에서 암세포로 변한다고 한다. 그러나 암으로 변한 5천 개의 세포는 어김없이 체내 면역세포에게 퇴치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면 쉽게 암이 생겨나지 않는다. 가령 암으로 변한 세포가 한두 개 살아남았다 해도 그것이 일시에 암세포 덩어리가 되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 하나의 탄생과 그것이 덩어리가 되고 종양으로 발달하는 것 사이에는 긴 시간이 걸쳐 있다.

게다가 인간의 몸에는 세포가 암으로 바뀌는 데 제동을 거는 암 억제유전자가 있다. 종류도 다양한 암억제유전자는 암세포가 증식하는 동안 여러 단계에 걸쳐 제동을 건다. 이런 시스템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세포는 무한한 증식능력을 얻어 암세포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그러나 또 암세포가 탄생해도 암이라는 질병이 발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갓 태어난 암세포가 한꺼번에 잇달아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암세포가 태어나면 바로 면역세포에 잡아먹혀 소화된다. 암이란 급성질환이 아니고 천천히 진행되는 병이라서 하나의 암세포가 생겨나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까지 평균 2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암을 구별하는 법, 침윤되었느냐

암세포가 악성종양으로 바뀌는 것은 ‘침윤 작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암이 증식하면서 주변 조직 속으로 슬금슬금 파고 들어가 거기에서 수를 불려가는 것이다. 정상 세포 사이에서는 침윤이라는 것이 없다. 정상 세포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일부로서 존재하며 일정한 영역 내에서 인근 세포와 결합하고 생체 신호를 주고받는 교류를 한다. 어느 조직 속에 속한 정상 세포가 홀로 떨어져 소속된 조직을 떠나 이웃 조직 속으로 슬금슬금 칩입하는 일은 없다. 세포는 소속된 조직에서 인근 세포와 공동으로 행동하는 한 ‘양성’이다. 세포분열 과정에서 어떤 오류가 생기는 바람에 세포가 쓸데없이 과형성되어 혹 같은 덩어리가 생겨났다 해도 하나의 덩어리로서 독립된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면 ‘양성 종양’이다.

그러나 그 종양에 속해 있던 세포가 인근 영역으로 슬금슬금 파고들어가 두 조직의 세포가 혼재하는 침윤이 일어나면 ‘악성 종양’ 이라고 판정한다. 병리학자는 조직과 조직 사이에 세포배열이 흐트러졌는지, 다른 세포가 침입했는지의 여부를 보고 ‘암’을 판단한다. 그런데 암의 첫 단계는 칼로 베어서 생긴 상처 등을 복구하는 과정과 꼭 닮아 있다고 한다. 상처가 아물 때 살점이 살짝 돋아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위장 점막에 자꾸 상처가 나고 그것이 복 구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미처 복구되지 못하고 흉터가 남는데 이것이 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장 내부에 그런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자극성이 강한 음식이나 발암성 물질을 함유 한 음식을 피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의 효과?

소아암, 백혈병처럼 항암제만으로 치료가 되는 암도 있긴 하지만, 항암제는 기본적으로 수술 전후에 보조적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술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암 크기를 줄일 목적으로 쓰이는 수술 전 항암제도 그렇지만, 수술 후에 눈에 안 보이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보조항암제도 끝을 알 수 있는 치료다. 그러나 전이나 재발 후 항암제를 쓰는 경우라면 치료 의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환자를 지치게 한다. 특히나 간암이나 췌장암은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항암 치료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약에 내성이 생기면 그때마다 다른 약으로 바꿔줘야 한다.

게다가 항암제 부작용이 심할 경우에 환자와 보호자는 항암제의 연명 효과와 저하된 삶의 질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암을 만성질환과 같은 것으로 여기고 관리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치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혈압, 당뇨, 아토 피 같은 질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것이지만 당장 목숨을 앗아가는 병은 아니다. 이처럼 암이 흉포하게 날뛰지 않도록 진정시키면서 ‘완전 타도’를 목표로 전면전을 외치는 대신, 악화되지 않는 것을 치료의 목표로 잡는 것이다.

1980년대에 에이즈(AIDS) 라고 하면 모두들 ‘죽는 병’이라고 여겼다. 한때는 원인도 모르는 불치병이었지만, 지금은 에이즈의 원인이라고 알려진 HIV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에 전염되더라도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있어 HIV의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에이즈가 이제는 만성질환처럼 관리되는 질병이 된 것처럼, 암 또한 관리하는 질병으로 목표를 잡자는 것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암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끝까지 싸워서 이긴다’가 아니라 암과 ‘공생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는 진행암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종양이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는 상태에서 안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목에서 누군가는 다른 인생관을 보일 수도 있다. “나는 끝까지 파이팅하겠다”고 해도 된다. 그런데 암을 완치하는 결정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암의 표준치료는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암을 축소시키고 수술로 암을 잘라내는 것으로 짜여 있다. 결정적인 치료법은 없기 때문에 그 대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이런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있고, 치료에 반응을 보였다가 몇 년 후 재발, 전이가 된 환자도 있다. 수술로 떼어낸 후 CT, 초음파, 내시경으로 찾아봐도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전이 상태가 언제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술로 종양을 잘라냈다 해도 세포 차원에 서 암을 완전히 잘라낼 수는 없다. 수술 과정에서 세포 몇 개 또는 수백 개 수준의 적은 암세포는 남겨질 수 있다. 암세포가 정상 세포 뒤에 숨어서 살아남는 경우도 있고, 수술 과정에서 주변으로 퍼져 나가 다른 자리에 정착할 수도 있다. 암 환자 치료 후에 마치 암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재발 가능성은 누구든 품고 있는 것이다. 또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사람도 많다. 일본 게이오대학 방사선 치료과 의사 곤도 마코토는 『암과 싸우지 마라』라는 책에 서 암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치료 효과보다는 고통을 주는 무리 한 의료 행위가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 전이를 일으키지 않고 천천히 진행하거나 진행을 멈춘 ‘유사암’ 또는 ‘가짜암’이 있으며, 극심한 부작용과 후유증의 고통을 겪으며 연명 치료를 하는 것보다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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