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은 자궁 내 근육에 생기는 양성 종양이지만, 자궁선근 증은 종양이라기보다는 자궁 내막에 있어야 할 조직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근육 쪽으로 파고들어가서 여러 가지 증세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자궁 내막은 생리 주기에 따라 증식하고 생리혈과 더불어 벗겨져 나가 얇아지는 식의 주기를 반복하는 곳인데, 간혹 내막 세 포가 제자리를 벗어나 자궁 근육층에 침투해서 증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선근증이다.

자궁선근증의 통계를 내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추측해 보기로는 자궁선근증을 갖고 있는 환자 중에 40% 정도는 증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마다 증세는 천차만별인데 증세가 있 는 환자의 경우는 심한 생리통, 생리과다, 빈혈, 골반통, 성교통, 무기력, 빈뇨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어느 날 3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통증을 호소 하고 있었고 유산 경험도 일곱 차례나 있었다. 자궁선근증인 환자 의 자궁 상태는 임신 5개월과 맞먹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자궁선 근증은 한 마디로 부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기가 생기기도 어렵지만, 착상이 되어도 유지가 힘들어 쉽게 유산된다.

이 환자와 상담하면서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 계획을 설명했다. “완벽하게 재발이 안 될 것을 목표로 치료한다면 임신이 안 될 겁니다.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조직을 없애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종과는 달리 어떤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은 것이라서, 하이푸 시술에 들어가면 아마도 3개월 후 정도면 임신이 가능할 겁니다. 우 선 출산을 하고 나서 나중에 하이푸 시술을 한 번 더 해야 할 것입니다.”

이분은 실제로 하이푸 시술을 하고 나서 3개월 후 임신을 했 고 무사히 출산을 했다. 모유 수유는 좀 길게 했는데, 모유 수유하는 동안은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모유 수유 기간 동안에는 에스트로겐 밸런스가 유지되어 보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유를 끊고 나자 선근증이 다시 커져서 재발을 했다.

다시 내원한 환자에게 하이푸 시술을 한 번 더 실시했다. 선근증은 자궁이 붓고 피나고 아픈 병으로, 근종과는 다르게 병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근종은 껍질을 가지고 있는 혹이기 때문에 경계가 명확한 반면, 선근증은 의사가 임의로 치료 범위를 정해야 한다. 임신 계획이 있을 때는 정상 근육층과 자궁 내막층에 거리를 조금 두고 치료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난 뒤에 다시 재발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자궁 내막과 바짝 붙여서 치료한다. 임신이 어려운 가임기의 환자를 치료한 모범 케이스였다.

자궁선근증은 에스트로겐 레벨이 높은 30대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데, 예전에는 자궁선근증을 치료하기가 어려워서 진통제를 쓴다든지 호르몬이나 피임제로 버티는 방식이었다. 이후 출산을 마치고 나면 자궁을 모두 절제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마치곤 했다. 최근에는 고강도 초음파로 원하는 부위를 정밀하게 태울 수 있는 하이푸 시술로 자궁을 보존하면서도 증세를 호전시킨 치료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절개는 전신마취와 출혈이 동반되기 때문에 그 점을 피하고 싶은 환자에게 하이푸는 좋은 방법이다. 때로는 복강경으로 자궁을 남기고 치료하는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문제는 재발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개복 수술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궁선근증은 증세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생리 때마다 응급실에 갈 정도로 아픈 사람도 있다. 출혈이 엄청 많다 보니 수혈을 해야 할 정도인 경우도 있다. 심한 생리통, 빈혈을 동반한 생리혈 과다, 허리 통증과 빈뇨 문제로 내원했던 40세 환자가 있었다. 전에 다니던 산부인과에서는 자궁 적출 수술을 권유받았다고 하는 데, 환자의 어머니가 자궁 적출 수술 후 후유증을 겪는 것을 보았던 터라 비수술적 치료를 하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었다.

내원했을 당시 MRI 촬영 영상에서 자궁선근증이 골반을 가득 채 우고 있어서 척추와 방광을 압박하고 있었는데, 하이푸 시술 후 거의 모든 선근증이 괴사된 것을 확인했다. 치료 후 3개월이 지나자 통증이 거의 사라졌으며 진통제가 없어도 생리 기간을 보낼 수 있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