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B형 간염이면 아기가 태어날 때 산도를 통해서 나오면 서 흡입을 통해 B형 간염이 전염될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지금은 예방접종을 맞히는 모자보건 정책이 잘 되어 있다.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B형 간염 예방접종 주사를 맞는다. 이 전에 그렇지 못했던 시대에 태어난 지금의 40, 50대들에게 간 질환 발병이 많은 것은 아마도 그런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시골에 서 태어난 나의 사촌도 간경화로 고생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일찍 암이 발견됐다 싶으면 30, 40대의 간암 환자인 경우가 꽤 있다. 40대의 간암 환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엄마가 간염이어서 모자 (母子) 간 수직 전파로 몸 상태가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다. 이미 B형 간염이 걸렸다든지 간이 나빠서 관리가 필요한 상 태였다가 간암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간염을 오래 앓으면 간경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간경화와 간암이 함께 오는 경우도 흔하다.

 

사실 암이 우리 몸에 여기저기 퍼져 있다 해도 그것 때문에 갑자기 죽는 것은 아니다. 암으로 인해 중요한 장기가 기능을 못할 때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간암 환자의 이슈는 간 기능이 얼마 나 버텨주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간경화가 심하면 여러모로 불리하다.

 

“암에 걸렸다”고 하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게 좋다더라, 저 게 좋다더라며 정보를 준다. 환자 중에 간경화와 간암 상태에서 약 용식물이나 한약을 잘못 먹고 온 환자들이 가끔 있었다. 전혀 간 기 능을 하지 못하는 간부전 상태에 빠진 경우였다. 생약 성분인 한약 은 주의하지 않으면 간과 콩팥에 독성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간이 멀쩡한 사람도 한약을 먹고 나서 ‘생약유발간염 (herbal hepatitis)’ 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간염이나 간암 환자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생약유발간염은 1990년대부터 대두된 이슈다. 이 무렵부터 대체 의학이 활성화되면서 약초가 많이 쓰이다 보니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간이 나빠진 환자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 논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간암이란 간세포에서 나타난 악성종양으로, 뇌 질환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무서운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암 중 하나로 B형 간염, C형 간염 같은 만성 간질환 때문 에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우리나라 인 구의 5 ~ 8%) 는 비보균자에 비해 간암 발생률이 10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서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인 40, 50대의 최고 사망률 1위인 간암은 70%가 B형 간염이 원인이라고 한다.

 

간암의 치료는 수술적인 치료와 비수술적인 치료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절개를 하는 수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간암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간 절제 범위를 결정하고, 수술 전에 혈액검사를 통해서 간 절제 이후 간이 어느 정도 기능할 것인 지를 테스트해 본다. 간은 재생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20 ~ 30%만 남아 있어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환자가 간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술이 가능한 간 암 환자는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간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간 절제 수술은 피하고 비수술적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방사선과 항암 치료, 고주파 열 치료, 색전술 등이었는데 종양 세포의 증식을 억제 하는 방법이다. 이것도 힘든 경우에는 간 이식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또 다른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하이푸 치료가 있다. 쉽게 말하면 고강도의 초음파를 집중시켜 간암의 조직을 태워 없애는 시술 이다.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출혈도 없고 방사선과도 관련이 없어서 몸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고려 대 상이 된다. 특히 간경화 상태가 심해서 다른 치료법을 몸이 견딜 수 없는 경우에 적절한 시술법이다.

 

간암 4기로 전이가 너무 커진 상태에서 내원했던 70대의 남성 환자가 있었다. 아직은 환자가 정정해 보였는데 오른쪽 윗배와 어 깨가 너무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암 환자의 생존율을 말할 때 다른 암의 경우에는 1기, 2기, 3기, 4기로 단계를 나누어 생존율을 말하기도 하지만, 간암의 경우에는 예후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방식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양이 작고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높지만 (간암 1기 80%, 간암 2기 50%), 세포가 많이 커지고 전이가 된 상태인 데다가 간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면 생존율은 급격히 하락 한다 (간암 3기 20%, 간암 4기 5%).

 

간암 4기라면 면역력과 간 기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수술과 항암 치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말기암 환자에게는 체력을 해치지 않는 비수술적 치료 (상해를 입히지 않는 비침습적 치료) 를 권하고 있는데, 이 환자에게는 하이푸 시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시술 다음날부터 더 이상 아프지 않다며 편안해했다. 통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환자들은 아프지 않으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암이란 질병에는 완치가 없다. 정상인들도 하루에 3천 ~ 5천 개씩 암세포가 생긴다. 다만 면역체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 에 암이 발병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치료 후 5년 동안 전이와 재발을 안 하면 ‘완치’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말이 만들어낸 환상과 함정이 있다. 3개월마다 혈액검사를 했는데 5년 후에 별 문 제가 없으면 5개월마다 혈액검사를 하는 것으로 늘린다든지, 5년 후부터는 보험료 등이 다르게 적용된다든지 하는 행정상의 필요나 통계적 수치를 위해 만들어낸 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간염만 보더라도 바이러스를 완전히 몰아낼 수는 없다. B형 간 염을 앓았던 병력이 있다면 몸에 B형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채 살아가는 것이다. 에이즈가 정복된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항바이러스제를 쓰더라도 증상을 억제한 상태에서 건강하게 오래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된다.

 

우리 병원에 오는 암 환자들은 4기 환자들이 많다. 전이 등으로 진행이 많이 된 환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예전에는 4기 암 환자들에게 하이푸 치료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통증치료에 워낙 탁월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지금은 생각이 확 바뀌었다. 게다가 임상 사례가 쌓이면서 나에게 통 증을 확실히 잡는 노하우까지 생겨난 것 같다.

 

말기암 환자에게 통증 완화는 치료의 시작이자 희망의 싹이라 고 할 수 있다. 통증이 잡히면 일상생활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 ‘완치만이 치료의 전부가 될 수 는 없다. 통증 완화도 치료의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이 바 뀐 후부터 4기 암 환자들에게 ‘통증 완화’라는 치료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되었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암 환자들은 신 경차단술까지도 고려하는데, 우리 병원의 경우 하이푸 치료를 하면 통증이 없어질 가능성이 90%가 넘기 때문에 고려를 안 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도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다. 40대 중반의 대장암 간전이 환자인데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진행했지만 간으로 전이가 됐다고 했다. 간암 치료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는 항암제 에 내성이 생겨 통증이 더욱 악화되었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 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대학병원에서 기대여명이 3개월 남았다는 선고를 받았다며 환자의 오빠가 먼저 찾아와 “통증만이라도 없애 달라”고 했다.

 

나는 당시 동맥내 항암 치료와 하이푸를 병행해 통증 잡는 노하우가 쌓여 있었던 터라 100%는 아니지만 상당수 확률로 통증을 없 애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하이푸 시술 전에 휠체어를 타고 왔던 환자는 다음 날 걸어서 집으로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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