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 나다 보니 노인 인구가 늘어났고 그만큼 암 환자도 늘어났다는 설 명도 있다. 암 환자들이 겪는 가장 흔하고 고통스러운 증상은 바 로 통증인데, 표준 암치료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약 30 ~ 50%가 통증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 말기암 환자 중에는 80 ~ 90%가 심한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다. 가슴이 찌릿하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 복막이 터질 것 같은 느 낌, 살을 에는 듯한 통증 등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말로 설 명할 수 없는 통증은 삶을 비참하게 만든다.

암으로 인한 통증은 초기에는 약물 (마약성 진통제) 로 조절할 수 있지 만, 점점 극심해지면서 이후에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반복 적으로 과다 사용하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데다가 장운동이 심하게 저하되어 변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잘 먹지 못하는 환자에게 이중고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를 받으면 치료 과정에서 동 반되는 통증까지 더해진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극심한 통 증으로 인해 암 환자 중에는 “제발 나를 안락사시켜 줘”라고 가족 에게 하소연하는 사람도 있다. 환자의 통증을 바라보며 해줄 게 없 는 무력감으로 괴로워하는 가족들의 삶 또한 피폐해지곤 한다. 표준 암치료인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는 환자들이 육체적 인 부작용을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적 한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병기의 진행 (1기, 2기, 3기, 4기) 에 따라 치료법이 정해져 있어서 말기암이나 전이암 환자의 경우에는 치료 선택의 폭이 더 욱 좁아진다.

2017년 들어 최근 우리 병원에 췌장암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고 있다. 나이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그 환자들의 공통점 을 한마디로 하면 ‘통증’이다. 암 환자의 통증은 원인이 다양하지만 대개 암세포가 신경까지 뻗어나가 신경세포를 자극하고 주변 장기를 압박해서 생긴다. 췌장암의 통증은 췌장 주변의 후복막 신경을 자극해서 발생한다.

췌장암 발병 후 간으로 전이된 환자 사례가 있었다. 48세의 췌장 암 4기 환자였는데, “누워서 10분도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어요”라 고 통증을 호소했다.

소화효소와 호르몬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에 악성종양이 생긴 것이 췌장암이다. 흡연, 유전적 요인, 만성췌장염 등 여러 가 지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따라서 복부 통증, 등 통증, 체중 감소, 소화 장애, 황달 등의 췌장암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특히 췌장암은 혈관과 림프절을 통해서 췌장 인근에 있는 간으로 암이 전이되기 쉽다. 전이성 간암 환자의 17%가 췌장암에서 전이된 경우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경우 췌장암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는 것은 간 전이로 인한 황달 증상 때문이다. 췌장암 은 위치상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최근 유럽, 중국 등에서는 비수술적 시술인 하이푸를 많이 적용하고 있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듯 이 고강도 초음파를 머리카락 굵기 (3.3×1.1×1.1mm) 의 작은 초점으로 모아 종양을 태우는 하이푸 치료는 환자의 체력 소모가 적기 때문 에 기력이 없는 말기암 환자도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이 환자에게 하이푸 시술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통증 완화와 함께 종양 크기의 감소, 전이암 세포 파괴, 항원항체반응의 3가지 였다. 하이푸가 극심한 통증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암 종양을 태 우는 과정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미세한 전이암 세포와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신생혈관들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괴사된 암 종양 은 주변의 신경, 장기, 뼈 등을 더 이상 압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 한 증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통증이 2차적으로 줄어든다.

또 하이푸로 암세포를 태우면 열충격 단백질(HSP)이 생성돼 암세포에 대응할 수 있는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암으로 부터 정상 조직을 보호하는 면역반응이 활성화된다. 하이푸 치료로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암세포 주변을 건강한 환경으로 만들어주면 서 몸 전체의 면역을 개선시켜 통증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시킨다. 누워 있는 것조차 힘들다는 췌장암간 전이 환자에게 항암 치료 와 함께 하이푸 시술을 병행했다. 암세포는 성장하고 진화하면서 점차 암세포 핵을 둘러싼 섬유질 조직이 굳어진다. 꽁꽁 싸인 암 조직에는 아무리 효과 좋은 항암제를 투여해도 암세포 핵까지 약 이 도달하지 못해 효과가 없지만, 하이푸 시술을 하면 고온의 열을 통해 단단해진 암 조직에 균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갈라진 틈 사이 로 항암제가 침투해 치료 후 세포핵까지 잘 머무를 수 있다.

두 달이 지나 CT 촬영을 해보니 열에 약한 암세포들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있었다. 6개월 후에도 살펴봤는데 암세포가 조금씩 조금 씩 줄어들고 있었다.

하이푸 치료 후 환자의 보호자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받는 경우가 참 많다. 췌장암의 진단은 사망선고와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췌장암은 현존하는 암 중에서도 가장 생존율이 낮고 독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0년간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0% 내외에 불과했고, 평균 생존 기간은 6개월이라고 알려져 있다. 암이 진행 되면서 등, 어깨, 복부 통증 등으로 환자는 많이 아파하고 그걸 보면서 환자의 가족들은 더 힘들어한다. 잠시라도 편하게 잠을 자고 남은 삶 동안 일상생활을 평온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췌장암이라면 특히 더 치료의 목표를 통증관리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지금의 병원을 개원하기 전 강남베드로병원에서 하이푸를 처음 도입해서 시술 사례가 늘어갈 무렵부터 나는 췌장암 환자의 통증 완화 효과를 주목하곤 했다. 하이푸 시술을 받더라도 췌장암 환자 는 대개 몇 개월 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통증이 없어져서 평안한 일상을 보내다 돌아가셨다”며 보호자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소식을 알려오곤 했다.

 

저작권자 © 한국도시환경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