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의 N대표는 결국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얼마 전부터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여 서둘러서 젊은 아들에게 회사를 맡기게 된 것이다. 타고난 품성이 부지런하고 성실한데다 두뇌 회전이 빨라 업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회사로 키웠는데, 최근 2~3년 전부터 직원들이 N대표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감당하고 따라가기에 벅찰 정도로 늘 솔선수범하며 열정적으로 일해오던 N대표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일을 건성으로 하기 시작했고 직원들이 늘 올리던 빤한 업무 보고도 제때에 결재하지 못하여 일을 꼬이게 하고는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랬다저랬다 변죽이 죽 끓듯 하고 일이 남아 있는데도 갑자기 예고 없이 퇴근해버리는 바람에 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희한한 물건들을 책상에 잔뜩 가져다 놓기도 했다.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걸핏하면 부인에게 화를 내어 부인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가족과 측근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N대표는 전두측두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래는 유능하고 정도 많고 온화하고 아량이 넓으며 예의 바른 사람이었는데, 무능해지고 인정도 없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피해망상증이 생겼는지 걸핏하면 소송을 제기하고 화를 참지 못하였다. 최근에는 소송을 하는 일이 없어졌지만 회사 일을 잡다하게 벌이기만 해놓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났다. 점점 꼬이는 일이 늘어나고, 즉흥적이고, 화가 많아지고, 참을성이 줄어들고, 남을 배려하는 감정도 메말라갔다.

전두측두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퇴행성 치매의 일종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이 기간 동안 초로성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한 빈도로 발생한다. 빠르면 20대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늦으면 80대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전두측두 치매는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 다른 유형이 있다. 행동변이형 전두측두 치매와 진행성비유창성실어증과 의미치매이다. 때로는 루게릭병과 같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과 피질기저핵증후군, 진행성핵상마비와 같은 운동장애 질환을 전두측두 치매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는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데 비해 전두측두 치매는 40대에서 60대 초반에 많이 발생한다. 기억력 장애보다도 행동 장애를 일으키거나 언어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N대표처럼 행동변이형 전두측두 치매는 초기부터 행동 장애가 온다. 기억력과 길눈이 크게 나빠지지 않아 혼자서도 잘 돌아다닌다. 알츠하이머에 비해 환각이나 망상이 흔하지 않다. 실어증과 의미치매 환자는 말하고, 읽고, 남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부터 나빠진다.

멀쩡하던 사람이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다른 사람과 감정 교류를 잘 못하거나, 남들 앞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거나, 자제력이 감소하거나, 충동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집중력이 감소하거나, 계획성이 부족해지거나, 하는 일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거나, 갑작스럽게 기분이 잘 변하거나, 균형을 잡는 거나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면 전두측두 치매로 변해가는 경도인지장애나 전두측두 치매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기억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도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다른 치매에 비해 전두측두 치매는 유전적 경향이 높다. 전두측두 치매 예방법은 일반적인 치매와 같다. 평소 마음가짐을 편안하게 하고, 남을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명상을 생활화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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