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거문도 사건, 2017년 북핵(北核)사태

당시 조선은 청의 압박, 일본의 후퇴, 영국의 도발, 러시아의 등장, 미국의 회피 등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처세로 위기에 대처하지만 사양길에 접어든 국운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았다. 130년이 지난 현재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무려 3세기에 걸친 시차에도 불구하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으로 양분된 강대국 간 알력의 틈바구니에서 일본이 영악하게 반사이익을 누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북한 핵으로 촉발된 사드 문제를 보면서 해양세력인 미·일 공조 동맹이 강화되고, 일본은 북한 핵무장을 계기로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보통국가’로의 진로수정 등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국가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연합전선을 펴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은 무역보복, 김치논쟁 등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면서‘군함도’영화제작비 50억 지원, 위안부 지원문제 등, 결과적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한-일간 이간책을 국가전략으로 작동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드가 배치된 일본은 미-중 갈등을 최대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 미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20년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등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북한이 불법적으로 핵무장했으나 핵 국가로 공인이 불가피한 상황이 될 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지형이 급변, 이미 군사적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핵을 확보함으로서 남북의 전략적 불균형으로 이제 북한에 끌려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후“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고, 다종화(多種化)된 핵 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자평했다. <2014 국방백서>에서도“북한은 40여㎏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소형화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2014).

2015년 2월24일, 북한전문 웹사이트인‘38 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Joel Wit)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규모를 10∼16개로 전제하면서 2020년까지 최대 100개까지 증대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북한은 핵무기의‘소형화・경량화’는 달성한 상태에서 그 종류와 수를 늘리는‘다종화(多種化)·다수화(多數化)’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냉전 초기 미·소 관계가 험악했던 시절,“핵전쟁에서 핵 비소유국은 항복하거나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어 패망하는 길밖에 없다”던 미국의 정치학자 모겐소(H.Morgenthau)의 지적은 가공할 핵무기의 위험성을 지적한 말이다.

“핵전쟁을 감행할 바에야 미리 항복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말로 세상을 놀라게 A. 토인비 말을 상기하면, 한반도에서 핵 인질이 돼버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이다.

 

핵개발을 '국가대전략'으로 채택, 30여 년간 세계를 우롱하며 비밀리에 추진해온 북한의 비대칭전력의 최고 수단은 당연히 핵무기다. 그들이 핵무기를 실전배치하는 순간 남북한의 군사적 균형은 단숨에 무너진다. 한국이 지난 20여 년간 유지해 왔던 군사 기술적 우위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북한이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우리는 거기에 따라야 하는 굴욕적인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한강의 기적’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북한에‘대동강의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을 상상해 보았는가.

지난 9월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 완성을 주장했다.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이들도‘북한이 증폭핵분열탄처럼 원폭과 수폭 사이의 핵폭탄을 개발했다’고 평가한다. 주목받게 된 것이 북한이 핵탄두를 사드로 요격하기 힘든 100여km 이상의 고공에서 터뜨려 EMP(Electromagnetic Pulse effect)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북한이 EMP 효과가 극대화하도록 수소탄이 든 핵탄두를 터트린다면, 그 효과는 수소탄두가 터진 곳에서 지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미친다. EMP 효과는 직선으로 나가니 지평선 너머로는 영향을 거의 끼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 지역을 넓히고 싶다면 더 높은 고도에서 터뜨리면 된다.

 

북한이 자신의 생존이나 결정적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우려를 바탕으로 2006년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부터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대응에 대한 국내 연구는 지속적으로 증대돼 왔다.

학자들은 2009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전후까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도와 전략을 분석하고, 세계적 비확산 정책과 미·중의 대한반도 전략에 미칠 영향과 이들을 통한 외교적 대응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연구와 토론의 단계를 단숨에 뛰어넘어 실전배치 단계로 접어드는데 우린 아직도 토론만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미 양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에 의해 정권은 물론이고, 국가도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도 섣불리 핵무기를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기술적으로는 핵무기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즉‘핵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사용 가능성에 있어서도 2013년 3월27일 북한은 전략로켓트군과 야전포병 군을 ‘강력한 핵 선제 타격이 포함된 1호 전투근무태세’로 진입시키기도 했고, 2013년 4월1일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 공고화’에 대한 법을 통과시켜 핵무기 사용을 위한 지침을 제정한 바 있다. 2014년 11월23일 “이 땅에 핵전쟁이 터지는 경우 과연 청와대가 안전하리라고 생각하는가”라면서 공개적으로 우리를 위협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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