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dementia)라는 말의 어원은 ‘정신이 나간 상태’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미 17세기에 노망 등의 용어와 같이 사용되었다. 1906년 독일인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lois 박사는 기억력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인지기능이 점점 나빠지고, 헛것이 보이는 환각,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망상 등의 증상이 심해지고, 일상생활 능력이 점점 상실되면서 사망한 51세의 여자 환자 아우구스트 데터에 대해 뇌의 피질 신경세포 내에 섬유질이 다발로 모여 있고 세포 밖에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있다는 병리 소견을 발표하였다. 이를 기점으로 한동안 치매는 알츠하이머로 불리게 되었다.

한때는 65세 이전에 치매가 발생하면 알츠하이머 치매로 보고, 65세 이후에 발생하면 노인성 치매로 구분한 적도 있지만, 요즘은 둘 사이의 차이가 없어 구분하지 않고 같은 알츠하이머 치매라고 한다. 치매에는 종류가 많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앞서 말했듯이 전체 치매 환자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혈관 치매나 다른 치매를 앓는 도중에 알츠하이머가 겹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치매를 말할 때는 대개 알츠하이머 치매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른 치매를 이야기할 때는 혈관성 치매, 파킨슨 치매처럼 이름을 붙여서 말한다.

퇴행성이란 뇌가 빨리 늙어버린 경우를 말한다. 머릿속의 생명 중추가 있는 연수는 비교적 멀쩡한데 대뇌가 빨리 늙어 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된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대뇌의 기능인 여러 가지 인지기능이 나이에 비해 훨씬 나빠져서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며, 유전적으로 빨리 늙을 수도 있고 평소 생활습관이 좋지 않아서 빨리 늙을 수도 있다. 결국 유전적인 체질과 잘못된 식생활습관이 겹친 복합 요인에 의해 치매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기본적으로 기억력 장애가 있고 다른 인지기능이 나빠지는 증상도 겹쳐 있다.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 또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시점부터 치매라고 하며, 점진적으로 나빠지고 점점 빨리 악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요한 기억을 스스로 또는 단서를 주면 기억해내는 ‘기억력 저하’와 달리 ‘기억력 장애’는 본인이 최근에 경험한 주요 사건에 대해 단서를 주거나 설명을 해주어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생소하게 느낀다.

다른 인지기능 장애로 의사소통의 장애가 오거나, 길을 잃거나, 통장 관리나 경제 행위를 제대로 하기 힘들거나, 주어진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성격이 바뀌어 화를 잘 내고 참지 못하거나, 우울증처럼 활기가 떨어지거나, 추상적 생각이나 판단력이 흐려지기도 한다.

병이 진행되면 잘 해오던 익숙한 일도 하기 힘들어지거나, 눈에 보이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병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치매로 인식하지 못해서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진단을 받은 이후에는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생각보다 훨씬 빨리 악화되고 말기 치매가 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치매가 의심되면 초기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예방 치료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

우리 뇌는 사용하면 할수록, 단련하면 할수록 좋아지지만 어느 선을 벗어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과유불급이다. 남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모든 것은 적정선이 있는 것이다. 길을 잘 들이면 좋지만 너무 길을 들이면 마모되는 것과 같다. 머리는 많이 쓸수록 현실적으로 마모되는 것을 피할 수 없고 결국 알츠하이머 치매로 가게 된다. 반대로 뇌를 단련시키지 않으면 녹이 쓸고 약해진다. ‘용불용설’의 불용에 해당하며,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약해진다. 그러니 부지런하되 무리하지 않는 것이 답이다.

뇌세포가 마모되는 방법으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이 주목받고 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에서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다. 전구단백은 세포막 내외로 관통하고 있는 정상적인 단백질이다. 시냅스의 생성과 보수에 관여하고 신경세포 내의 물자 수송과 철의 배출, 호르몬 조절 기능도 있다.

유전적으로 쉽게 찌꺼기를 만드는 체질도 있지만 뇌를 많이 쓰면 당연히 아밀로이드 단백이 많이 필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가 많아진다. 이렇게 많아진 베타아밀로이드는 주위 세포의 순환을 방해하고 산화물질로 작용하며, 세포 내부의 미토콘드리아 등의 세포 내 소기관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타우단백의 과인산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뇌세포의 활동이 증가하면 인산화된 타우단백이 많아지면서 미소관의 구조를 안정시키지 못하고 떨어져 나와 다른 단백질 등과 결합하면서 세포내 찌꺼기가 되어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결국 빨리 부서지게 만든다.

뇌세포가 빨리 나빠지는 원인은 이외에도 많이 있다. 세포의 생체 시계인 텔로미어가 빨리 줄어들거나 칼슘 채널의 붕괴로 세포 내 칼슘 증가가 세포 소멸을 일으키기도 한다. 활성산소가 많아지는 것도 원인이 된다.

뇌를 열심히 사용하면 뇌도 길이 들지만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찌꺼기가 많이 생기고 오히려 독이 된다. 우리 삶에 조율과 조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계속해서 달리기만 하면 숨이 차듯이 중간 중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뇌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 열심히 하되 무리하지 않는, 스스로를 배려하는 삶이 필요하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10가지 초기 증상

이규민(가명)씨는 혼자 사시는 80세 어머니가 노환인 줄만 알았는데, 치매 중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 생활이 둔해진 것을 연로하셔서 오는 노환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증세가 심해져서 혹시 치매일까 걱정되어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초기도 아닌 중기로 진단을 받았다. 노환이라고 생각했던 치매 초기 증상에 대해 살펴보자.

1. 기억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옛 기억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새로운 것은 금방 잊어버린다. 혈압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 집안에 쌓여 있는 것이 약 먹기 싫어서인 줄 알았는데 기억력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었다.

2. 계획하거나 여건에 맞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숫자에 약해지고 집중력과 지구력이 떨어진다. 화요일이 분리수거하는 날인데 집에 쓰레기가 가득했고 공과금 용지도 널려 있었다.

3. 늘 해오던 익숙한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

깔끔한 성격인데 설거지를 제대로 끝내지 못하여 그릇이 쌓여 있고 냉장고에서 새로운 반찬을 찾아 먹지 못해 김치만 드셨다.

4.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상실된다.

여름인데 겨울옷을 입고 다니거나 바로 김장한 김치를 익지 않았다고 할 때도 있었고, 노인정과 집을 구별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5. 시각적 이미지와 공간적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시각적 이해에 문제가 있으면 알츠하이머일 수 있다. 건널목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빡이며 곧 빨간불로 바뀌려 할 때 길을 건너다 사고가 날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

6.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예전과 달리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목적어나 단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말을 하다가 중간에 잊어버려 횡설수설할 때도 있다.

7.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 다시 찾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지갑이나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어버려서 밤새 찾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 사람을 도둑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8. 판단력이나 결정력이 감소한다.

같은 종류의 건강식품을 드시지도 않으면서 여러 번 사왔다.

9.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렵다.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자신의 경험과 달라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활동을 피하게 된다. “당신 치매 아니냐?”는 말을 듣자 좋아하던 노인정에 가는 걸 꺼리기 시작했다.

10. 기분과 성격이 변한다.

혼란, 의심, 우울, 공포, 불안이 잘 생겼고 환경이 바뀌면 쉽게 흥분하고 짜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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