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는 오늘 아버지를 뵙고 돌아왔다. 기억이 비록 예전보다 못하긴 하지만 옛날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아버지가 정말 치매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치매 증상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L씨의 부모님은 과수원을 하는데 어머니가 일을 시키지 않으면 아버지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앉아만 지낸다. 가끔 가지치기라도 시키면 제대로 자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아예 나무를 통째로 베어버리기도 하여 일을 도와달라고 하기도 힘들어졌다.

이처럼 기억장애 외에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거나, 자발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줄어들거나, 성격이 바뀌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것도 치매 증상이다. 이처럼 치매는 종류도 많고 증상도 다양하다.

치매는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뇌세포가 빨리 노화되면서 생기는 퇴행성 치매, 출혈이나 혈관이 막혀서 그 혈관에 의지해 살아가던 뇌세포가 갑자기 부서지면서 오는 혈관 치매, 다른 병으로 인해 치매 증상을 보이는 기타 치매가 있다.

퇴행성 치매 중에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대표적으로 가장 많고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치매의 50~6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외에 파킨슨병을 앓는 도중에 치매가 오는 파킨슨 치매와 치매를 앓는 도중 파킨슨병이 오는 루이바디 치매가 있으며 서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둘 다 병의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기복이 심하며, 환시가 잘 나타난다. 그리고 전두측두 치매가 있는데, 주로 전두엽이 손상되면 성격과 행동의 변화가 심하고, 측두엽이 손상된 경우 실어증이 두드러진다.

퇴행성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 외에 전두측두 치매, 루이바디 치매, 파킨슨 치매, 헌팅턴병, 진행성핵상마비 등이 있으며 이들이 전체 치매의 약 10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그다음 뇌혈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혈관 치매는 전체의 약 20~30퍼센트를 차지하며 다발성경색 치매와 피질하 혈관 치매가 많다. 큰 혈관이 막히면 갑자기 뇌졸중(풍) 증상이 생기고 대부분 두세 차례 반복되면서 치매가 되기 때문에 다발성경색 치매라 하며, 주로 대뇌 피질에 잘 발생한다.

반면에 작은 혈관이 막히면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체한 것 같거나 피곤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아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때로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무증상 경색이라고도 한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되거나 피질 아래 백질이 변성되어 오는 치매를 피질하 혈관 치매라고 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처럼 서서히 나빠지지만 기억력 장애가 조금 덜하고 감정이나 움직임이나 연상 작용이 느려지고 소변을 잘 가누지 못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중요한 뇌 부위의 손상으로 생기는 전략 치매, 유전성 혈관 치매로 우성으로 유전되는 카다실(CADASIL)과 열성으로 유전되는 카라실(CARASIL)이 라는 치매도 있다.

기타 치매는 다른 질병으로 인해 치매 증상이 나타나며 전체 치매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것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눠볼 수 있다. 뇌를 압박하여 뇌기능이 나빠진 경우로 뇌실이 커지는 뇌수두증, 뇌종양, 경막외 또는 경막하혈종에 의한 치매와, 머리에 염증을 일으키는 매독, 에이즈, 헤르페스 등의 감염병으로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와, 비타민 B12, B1, 니코틴산 등의 부족이나 간성 혼수, 알코올 중독,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 간질 등과 같은 신체적 질환이나 영양 부족으로 오는 치매로 구분할 수도 있다. 기타 치매는 원인을 제거하면 완전히 나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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