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간 이어져 온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다룬 작품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포섭되어 가는 과정과 관료제의 일그러진 모습 그려

▶‘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 던져    

극단 위대한 모험의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이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어 12월 22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26년 간 이어져 온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 2 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천경자 화백 사이에 벌어졌던 '미인도' 위작 논란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진작으로 판정한 한국 미술계 최대의 스캔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미인도’를 진작으로 판정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과천관에서 열리는 '소장품 특별전:균열'에 포함시켜 전시하고 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인도’는 진짜가 되었지만 그들의 삶은 가짜가 되었다”

이번 작품은 위작을 진작으로 만들어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였던 사람들이 ‘가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의 감각으로 좋은 시절을 추억하고, 변절을 변호하는 ‘후일담’을 술회한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포섭되어 가는 과정 혹은 관료제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면으로 주시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미인도’ 위작 논란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현재형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9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하여

이 작품은 91년도에 일어난 두 사건을 다루고 있다.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과 강기훈의 유서 대필 사건이다. 하나는 작가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국가가 진짜로 만든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진실된 마음으로 쓴 유서를 국가가 가짜로 둔갑시킨 사건이다. 국가가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세상에서 광주학살을 자행한 장군은 자기를 보통사람이라고 주장하더니 한순간 민주정부의 대통령이 되었고, 정의로운 대학생들은 한순간에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가로 26cm, 세로 29cm, 4호 크기 그림의 진위여부에 대해 26년 간 갑론을박을 벌여오는 동안 정작 우리의 삶이 거짓이 되었다.

 

이 작품은 어쩌면 ‘미인도’가 아닌 우리 삶의 위작논란에 대한 이야기다. 1987년, 우리는 광장에 모여 국가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얻고 안심했다. 그리고 작년 겨울 우리의 대통령이 가짜였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87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광장에는 지금까지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의 탄식으로 가득했다. 작품은 그간의 과거와 작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 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교수는 ‘<미인도> 사건은 미술관과 화상들이 결탁해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려 했던 불행한 사건이며, 그 과정에서 작가의 인권은 무참히 유린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아직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이 극은 <미인도>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권력과 실리 앞에 왜소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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