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소방서 현장대응팀장 최현석
일산소방서 현장대응팀장 최현석
심리학 용어에 ‘망각’이란 단어가 있다. 개인의 기억 속에 이미 저장되었던 정보를 잃어버리는 현상으로. 기억의 반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이 우리의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듯이. 망각 또한 지속적이고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망각은 경우에 따라 좋은 점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빈도와 증상이 점차 심해지며 기억, 학습, 새로운 정보의 저장 등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학습적인 면에서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망각’이 큰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주방이나 전열 기구를 취급하는 곳에서 적용될 때이다. 무더운 여름철 주거시설이나 음식점 화재의 대부분은 주방에서 화기취급 부주의(망각)에 의해 발생한다. 주방에서 음식물을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잠시 잊어버리는 망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여 아파트 동 주민 전체가 대피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영유아를 보육하는 가정에서 젖병소독이나 빨래 삶기 등을 위해 화기를 취급하다가 망각하고 자리를 비워 화재가 나는 경우도 있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2015년 5월말 전국의 화재건수 총 21,768건으로 그 중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57.6%,인 12,53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684건이 증가되었고 화재원인 1위이며, 화재 발생시간대는 11~15시 사이가 전체 화재건수의 26%로 1위를 차지하여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대 부주의가 원인임이 나타났다.

작게는 한 사람의 망각이 주방의 음식물과 조리기구만 태워버리는 일로 끝나지만, 더 크게는 화재가 확대되어 자신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저 건망증으로 간단히 치부되어서는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하겠다. 화기를 취급할 때에는 끝날 때 까지 지키고 서 있거나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지키는 지혜를 발휘할 때 나와 우리이웃 모두를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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