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일산서구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김계호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는 국가는 존재 가치가 없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렇지만 국민이 주인역할을 하지 않거나 못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대표자가 주인을 제쳐 놓고 주인 행세를 하고 지배하면서 권력을 휘두를 것이다.

국민을 지배하려는 자는 당연히 국민의 행복에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 국가의 주인이 되려는 후보자는 선거 때 온갖 이루지 못할 공약을 내걸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엎드리며 한 표를 호소한다. 따라서 후보자가 국가의 주인이 되려고 하거나 지배 욕망을 가진 자인지를 냉철하게 검증해서 과감하게 걸러 내야만 한다.

조합은 조합원의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 동안의 조합장선거를 지켜보았던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조합원 수가 2,000여 명에 불과해 불법 타락선거가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읍·면·동에 불과한 지역에서 치러지는 선거는 동네사람이고, 학교 선후배간이며 혈연으로 엮어진다. 조합장선거 후보자들은 이미 표심을 다 분석해 놓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상대 후보자에 견주어 내게 투표해 줄 조합원이 몇 명 정도인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많게는 몇 백 명, 적게는 몇 십 명을 포섭하여 자신의 표로 끌어 온다면 당선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후보자는 조합의 미래 청사진을 조합원에게 제시하는 것은 뒷전이고 상대방 표를 내 표로 끌어올 수 있는 갖가지 검은 유혹에 손을 댄다. 설탕발림성 헛공약을 내세우고 금품살포·향응접대로 표를 사려고 하는 것이다.

조합이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돈 선거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여기에 있다. 또한 이렇게 불·탈법으로 치뤄진 선거의 상처는 반드시 곪아 터지기 마련이다. 후보자가 쏟아 부은 돈의 효과 등이 제대로 자신의 표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후보자 또는 선거인들 사이에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고, 엎친 데 덮친다고 한 동네에서 평소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왔던 온기는 온데간데 없고 서로 철천지 원수로 전락하기도 한다.

따라서 조합원이 이기적인 단순한 마음으로 우리 마을 사람이, 우리 학교 출신이, 우리 친지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금품 등의 대가로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매도한다면 조합은 정체성과 적자경영의 깊은 수렁을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다.

다가오는 3월 11일 실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나의 살림살이를 맡아줄 곳간지기를 찾는 것이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결코 어렵지도 않을 뿐더러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각 후보자 선거공보의 매니페스토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면 되는 것이다.

첫째, 조합원을 위하고 조합의 발전과 미래상을 반영하는가.
둘째, 공약의 목표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가.
셋째,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는가.
넷째, 목표 달성의 실시 기한과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제시하고 있는가.

이번 조합장선거는 조합원이 조합의 주인임을 확고하게 표명하는 권력행위다. 주인이 그 권력을 팽개치면 주인이라 주장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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