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는 2014년 가을 경이면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기초지방자체단체 가운데 수원 다음이고, 전국에서도 수원, 창원 다음으로 세 번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 창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그런데 우려도 따른다. 수원이나 창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산업집적지이다. 수원은 삼성전자의 본거지이고 창원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상징적 기업들이 모여 있는 집적지이다. 이에 비해 고양시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사실, 고양시가 베드타운으로 이렇다 할 경제기반이 없다는 지적은 일산신도시가 만들어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되던 오래된 문제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아직까지 논란이 사리지지 않고 있다. 고양시 발전과 관련된 정책과제에 최다 출연자가 단연 ‘자족도시’건설이라는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이런 문제의식이 바탕이 되어 고양시는 지난 10여 년간 방송영상, ICT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공중파와 캐이블 채널의 제작센터가 들어서고, 방송제작지원센터’빛마루‘와 특수촬영을 위한 아쿠아스튜디오 등 영상물제작환경이 갖추어 졌다. 영상물 후반작업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우리나라 영상물의 과반 이상을 처리한다니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까지 이런 노력이 대다수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관련된 대표기업 등 제작환경을 활용할 기업유치가 적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좋은 일자리는 좋은 기업이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놓치고 있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관련해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이하, 판교밸리)의 성공요인이 고양시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2014년 현재, 판교밸리는 한국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문화산업의 새로운 집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700여개의 기업이 입주를 완료했으며, 3만8000명이 종사하고 있다. 입주기업의 3분의 2가 중견기업 이상이며, 한국 상위 10대 게임업체 가운데 7개 업체가 입주하는 등 ICT 첨단기업 유치에 성공하였다. 어떻게 판교밸리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판교밸리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경기개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공요인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자체가 계획-사업의 전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판교에 적합한 IT 및 관련 R&D융합 분야로 업종을 제한하고, 행·재정 수단을 적극 동원하였다. 수익성을 추구하지 않고 기업을 위해 최대한 저렴하게 용지를 공급하였다. 핵심기업을 사전에 결정하고, 단기적 개발 이익과 임대수익 목적의 입주를 제한하였다. 둘째,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단지설계이다. 전체용지를 초청연구, 일반연구, 연구지원 기능으로 배분·조합하여 상승효과를 만들었다. 셋째, 뛰어난 입지요인이다. 강남과의 접근성이 IT벤처기업의 활동과 상권 및 단지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판교뿐만 아니라 서울의 마곡지구도 판교와 비슷한 개발을 통해 성공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나 마곡은 고양시와 한강을 두고 마주하고 있다. 고양시가 지닌 잠재력이 판교나 마곡에 못지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잠재력을 어떻게 현실화 할 것인가? 고양시는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가용 개발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최근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GTX가 완공되면 강남까지 접근성을 30분 이내로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 있다. 대중교통접근성, 개발가능성, 지가 등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대상지를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매우 중요한 요소가 기업의 수요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고양시가 갖고 있거나 개발이 예정된 땅이니 기업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한 땅을 찾아 공급해야 한다. ‘이곳에 땅이 있으니 필요한 기업은 오라’는 식의 과거 공급자 중심 시대의 패러다임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선정된 입지의 개발은 지자체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 계획과 사업의 전 과정을 주도해 고양에 적합한 방송영상과 ICT기업 및 관련 R&D시설로 업종을 제한하는 대신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용지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관련된 핵심기업을 사전에 결정하고 개발과정에 참여시켜 기업수요가 있는 곳에 개발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요자를 분명히 하면 이들에게 맞추어진 도시 및 단지설계가 가능하다. 적정 용지배분과 필요한 시설이 분명해져 상승작용이 가능하다. 개발된 용지가 팔리지 않아 고민해야 할 점도 줄어든다. 물론 이 과정에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개발과정에 합리적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혹 문제가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고양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서울과 중앙정부만을 학수고대(?)해야 할지 모른다.

강남-분당으로 연결되는 개발 축에 판교가 자리해 힘을 보탠 것 같이 상암-고양으로 연결되는 대한민국 방송영상미디어 개발 축에 고양이 크게 자리해야 한다. 여의도에서부터 상암-고양 그리고 통일시대의 첨단지식산업 경제 축을 만들어 내는데 고양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크다. 고양이 방송영상, ICT기업에 들어설 자리를 주면 기업은 고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내어 줄 것이다. 기업이 늘어야 일자리가 는다는 평범하고 기본에 충실한 생각이 간절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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