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인제 파주시장,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등이 참가한 올해 파주북소리 축제는 지난 15일부터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One Asia Through Books)'라는 주제 아래 9일 동안 펼쳐졌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인제 파주시장,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등이 참가한 올해 파주북소리 축제는 지난 15일부터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One Asia Through Books)'라는 주제 아래 9일 동안 펼쳐졌다.
-한글 나들이 569展‧석학강연‧지식난장 눈길
-130개 프로그램 진행…출판도시 곳곳 인산인해,세계적 ‘복합지식문화축제’ 청사진

경기도 파주출판도시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린 책 축제 '파주북소리(PAJU BOOKSORI) 2012'가 23일 저녁 폐막했다. 경기도, 파주시,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올해 파주북소리 축제는 지난 15일부터 '책으로 소통하는 아시아(One Asia Through Books)'라는 주제 아래 9일 동안 펼쳐졌다.

파주북소리조직위는 축제 기간 동안 출판도시 100여개 건물과 특설무대에서 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시·강연·공연·퍼포먼스 등 130개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총 45만 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올해 파주북소리 2012 축제는 지난해보다 프로그램의 국제성과 다양성을 대폭 강화하여 호평을 받았다. '책마을 운동'을 국내에 소개하고 책마을 간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된 '세계 책마을 심포지엄(World Booktowns Symposium)'이 16일 오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렸다.

심포지엄에는 책마을 운동의 진원지이자 세계적인 책 마을 '헤이온와이(hay-on-wye)'를 비롯하여 벨기에,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스웨덴, 크로아티아, 말레이시아, 일본의 책마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선 파주출판도시와 부산의 보수동책방골목 관계자가 참석했다.

한국, 중국, 대만, 일본 홍콩 등 동아시아의 대표 출판인들이 함께 제정한 아시아 출판문화상 ‘파주북어워드(Paju Book Award)’가 금번 축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중국의 '첸리췬' 전 북경대학 중문과 교수가 저작상을, '왕판썬' 대만 중앙연구원 부원장이 기획상을 수상했다. '루즈창' 홍콩 일석문화 디자인 총감독이 출판미술상을 수상했으며 특별상은 일본 헤이본사 출판사의 '동양문고 시리즈'에 돌아갔다. 시상식은 17일 저녁 거행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과 아시아의 주요 출판인 및 지식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세계 유일의 출판문화 클러스터인 파주출판도시에서 이 같은 행사가 열려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파주북어워드가 아시아 출판문화의 위상에 걸맞는 권위 있는 출판문화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느 책 축제에선 볼 수 없는 대규모 특별전에는 전국의 어린이집, 초중교 및 대학교,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단체관람 문의가 쏟아졌다.

한글 탄생 569주년(1443년 한글 창제)을 맞아 한글의 의미를 되짚어본 '한글 나들이 569' 展을 찾은 관람객들은 한글편지, 한글족보 등 선조들이 한글을 새기고 기록했던 다양한 생활용품을 둘러보며 스스로 한글의 발자취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7m 높이로 제작된 대형흑판에 관람 소감을 남기는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한 희귀 잡지가 공개된 ‘추억의 그 잡지 특별전’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잡지 ‘소년(1908)’과 1970년대 발간된 ‘선데이 서울’까지 국내 잡지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수백 점의 자료가 전시됐다.

이밖에 2012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Bologna Children Book Fair)에 출품됐던 호주 대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전시한 ‘호주 우수 어린이책 일러스트’ 展,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대학생 광고 공모전 ‘책을 펼쳐라, 상상력을 펼쳐라!’의 수상작품 전시회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역사, 출판, 문학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석학, 문인이 강연자로 나선 특별강연도 성황을 이뤘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15일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과 '한류의 세계화 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세계적으로 한류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으며, 한류에는 대한민국의 개성과 지구적인 보편성이 절묘하게 혼재(混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 조회수가 1억 건을 돌파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재미있게 봤다”면서 “싸이라는 가수의 남다른 세계관과 유머코드, 한국적인 독특한 소재가 융복합된 콘텐츠가 세계인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한류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보다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홍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적 소설가인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17일 오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독자와의 대담을 진행했다. 르 클레지오는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예로 들며 문학과 민족주의, 번역, 소설의 은유, 타문화·타문학을 이해하는 사유방식 등에 대해 독자들과 토론했다.

18일에는 일본 최고의 역사 소설가로 꼽히는 사토 겐이치의 강연이 이어졌다. 그는 강연에서 자신의 소설 '프랑스 혁명'과 관련, 프랑스 혁명의 정신과 전개과정을 소개하며, '한국과 혁명'이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대담을 진행했다. 사토 겐이치는 1999년 프랑스 국왕 루이 12세의 이혼사건을 다룬 '왕비의 이혼'으로 제121회 나오키상을 받으면서 역사소설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이밖에 한글의 역사와 언어적 특징, 창제 배경, 기타 언어와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조명한 ‘한글 나들이 569 특강’,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다산의 생애와 학문, 사상을 재조명한 ‘다산의 날 기념강좌‘가 진행됐다. 다산의 날 강좌에는 다산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 영역을 개척한 김시업 실학박물관장,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동국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등 국내 최고 학자들이 참여했다.

신영복·권영민·도정일 교수는 ‘석학강좌’를 통해 파주북소리 축제를 방문한 독자들과 인문학적 가치를 공유했다.

신영복 교수는 그의 저서 제목과 동일한 '변방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권영민 교수는 '문학과 창조적 상상력'이란 주제 아래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삶과 작품세계를 섬서하게 파헤쳤고, 도정일 교수는 '무엇을 위하여 북은 울리나'라는 주제로 강연에 참여했다. 국내 인문학계 대가로서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교양전문대학) 설립을 주도했던 도 교수는 인간이 사는 이유와 목적,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축제 기간 동안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만나 소통하는 한바탕 장(場)이 펼쳐졌다. 출판도시 내 각 출판사 사옥에서 축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식난장’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

국내외 유명 저자와의 대화, 창작 워크숍, 각종 체험 프로그램, 시 낭송, 전시 및 공연이 마련돼 인기를 얻었다. 특히 주말에는 멀리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 파주출판도시를 찾은 단체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파주북소리 축제의 메인 행사장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출판도시 내 책방 거리 주변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또한 출판도시 곳곳에서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공연과 퍼포먼스, 문화행사가 마련됐다.

15일 거행된 개막식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인재 파주시장(파주북소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비롯하여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교수, 심장섭 국립중앙도서관장, 김성곤 국립번역원장, 고누마 요시시게 일본동경고서조합 이사장 등 국내외 주요 인사 100여 명과 관람객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20일 저녁에 진행된 '다산의 밤' 공연은 다산의 생애와 학문, 사상을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자리였다. 현란한 피아노 속주(速奏)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Maksim Mrvica), 젊은 판소리 명창 양은희, 테너 강훈 등이 무대에 올랐다.

'김소월 문학의 날'은 한국 문학의 최고봉이자 개척자인 시인 김소월의 탄생 110주년을 기리는 행사로, 장장 6시간 동안 1‧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선 김남조, 신달자 국내 유명 시인들이 출판도시 일대 서점과 책방 10여 곳에서 독자들과 만나 시 낭송 축제를 펼쳤으며, 소월의 시와 문학세계를 시 낭송과 가곡으로 표현하는 퓨전 퍼포먼스 '문학콘서트, 김소월을 노래하다'가 2부 행사로 마련됐다. 특히 소월 시인의 증손녀이자 성악가로 활동 중인 김상은 씨가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창작 가곡을 노래해,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축제 기간 동안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10개국 100여개 서점 및 출판사가 참여한 ‘북마켓(book market)’에선 국내 도서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의 희귀 고서적 200여 권이 전시돼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15일, 16일 이틀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옥외주차장에선 ‘책 벼룩시장’이 열렸다. 헌 책을 자유롭게 판매하는 일종의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 장터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소장하고 있는 도서를 가지고 나와 가격을 정하고 직접 팔거나 교환하는 이채로운 풍경이 연출됐다.

국내 인쇄문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인쇄 체험 행사’도 놓칠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고, 100년 역사의 인쇄기업 ‘보진재’는 파주북소리 축제를 맞아 일반시민들에게 인쇄공장을 개방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납 활자 인쇄공정으로 책을 인쇄하는 활판인쇄소 ‘활판공방(活版工房)’에선 관람객들이 직접 인쇄작업에 참여하는 체험전이 진행됐다.

파주북소리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관람객이 30만 명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45만 명이 ‘파주북소리 2012’ 축제 현장을 찾았다”면서 “파주북소리는 이제 명실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주북소리 축제가 향후 세계적인 복합지식문화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내실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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